전국 확장보다 한강에 집중한 이유

더 넓은 공원 앱보다 직접 검증할 수 있는 범위와 설명 책임을 택했다.

한강자리 대표 이미지

한강자리를 만들면서 한때는 더 큰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처음 만든 기능이 주차장 확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다음 상상을 하게 된다. 다른 공원도 되지 않을까. 서울 밖으로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한강자리라는 이름보다 더 큰 이름을 붙이면 앱이 더 커 보이지 않을까. 개인 프로젝트일수록 이런 상상은 쉽게 커진다.

전국 공원 나들이 앱. 주말에 어디든 갈 때 주차 가능성과 주변 정보를 보는 앱. 한강뿐 아니라 도시공원, 국립공원, 지자체 공원까지 보는 앱.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그럴듯했다. 한강에서 겪은 불편은 다른 공원에서도 반복된다. 차를 가져갈지, 주차장이 있는지, 실시간 잔여 대수를 볼 수 있는지, 현장에 도착해서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알고 싶은 건 어디나 비슷하다.

그래서 실제로 전국으로 넓힐 수 있는지 조사했다. 전국도시공원정보표준데이터, 전국주차장정보표준데이터, 지자체별 실시간 주차 API, 길찾기 API까지 찾아보면서 “한강자리”가 아니라 “나들이자리” 같은 이름도 생각했다.

그런데 조사할수록 답은 반대로 갔다.

전국 단위로 공원 목록과 주차장 목록을 모으는 일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사용자가 기대하는 것은 목록이 아니었다. 사용자는 “지금 차를 가져가도 되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실시간 잔여 대수, 갱신 시각, 운영 제한, 공원 전용 주차장인지 주변 후보인지, 길찾기 가능한 입구까지 같이 확인되어야 한다.

공개 데이터만으로 전국 모든 공원의 실시간 주차 상황을 안정적으로 말하는 건 무리였다.

어떤 데이터는 공원 목록만 있었다. 어떤 데이터는 주차장 위치와 총면수는 있지만 실시간 잔여 대수가 없었다. 어떤 지역은 실시간 API가 있었지만, 모든 주차장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공원과 주차장을 자동으로 매칭하는 것도 생각보다 위험했다. 가까운 주차장이 항상 공원 주차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전국으로 넓히는 일은 기능을 더 붙이면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용자가 믿어도 되는 말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 결론은 아쉬웠다. 이름을 넓히면 더 큰 앱처럼 보이고, 데이터 목록도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속이 흐려졌다. 한강자리에서 먼저 지켜야 할 약속은 “많은 장소를 안다”가 아니라 “한강 방문 전후에 필요한 정보를 믿고 볼 수 있게 보여준다”였다.

조사할수록 세 가지 문제가 보였다

전국 확장을 검토하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데이터가 있는지였다. 공원 목록, 주차장 목록, 위치 정보는 생각보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목록이 있다고 사용자가 원하는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첫 번째 벽은 실시간성이었다. 한강자리의 핵심 질문은 “지금 가도 되나”에 가깝다. 정적인 주차장 목록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총 주차면수는 도움이 되지만, 주말 오후에 실제로 자리가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두 번째 벽은 매칭이었다. 공원 근처 주차장이 항상 공원 주차장은 아니다. 지도상으로 가까운 주차장이 실제로는 진입 방향이 다르거나, 특정 시설 전용이거나, 도보 접근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자동 매칭은 쉬워 보여도 사용자가 실제로 운전해서 들어가는 순간에는 틀릴 수 있다.

세 번째 벽은 설명 책임이었다. 전국으로 넓히면 “어떤 지역은 실시간, 어떤 지역은 기본 정보, 어떤 지역은 정보 없음” 같은 차이를 계속 설명해야 한다. 이 설명을 잘하면 좋은 앱이 될 수도 있지만, 첫 공개에서 맡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넓은 이름보다 믿을 수 있는 범위를 택했다

처음에는 장소를 늘리는 쪽이 자연스러운 성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App Store에 올릴 소개를 쓰려고 하면 계속 막혔다.

전국 모든 공원의 실시간 주차 현황을 보여드립니다.

그 말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것보다 큰 약속이었다. 반대로 이렇게 쓰면 조금 더 정직했다.

확인된 실시간 정보와 주차장 기본 정보를 구분해서 보여드립니다.

하지만 첫 공개에서 만들고 싶었던 건 “전국 데이터의 한계를 설명하는 앱”이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자주 쓰고, 출처를 계속 확인할 수 있고, 화면을 보자마자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먼저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강으로 돌아왔다.

한강은 좁다. 공원 수가 제한되어 있고, 주차장과 시설, 행사, 혼잡도, 날씨, 공지처럼 방문 전후에 필요한 맥락을 한 앱 안에서 다룰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실제로 자주 가는 장소라서 숫자와 화면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의도에 갈지 반포에 갈지. 차를 가져갈지 대중교통을 탈지. 주차 위젯을 보고 바로 출발해도 될지. 행사나 혼잡 신호를 보고 다른 공원으로 바꿀지.

이런 선택은 전국을 얇게 덮는 것보다 한강을 깊게 다룰 때 더 잘 보였다.

직접 가는 장소라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강에 집중한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숫자가 이상하면 실제 체감과 비교할 수 있고, 화면 문구가 애매하면 내가 이동하기 전의 마음으로 다시 볼 수 있다. 만드는 사람과 첫 사용자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예를 들어 “혼잡”이라는 단어가 너무 강한지, “여유”라고 보이는 주차장이 실제로는 진입 줄 때문에 불편한지, 위젯의 갱신 시각이 눈에 잘 들어오는지 같은 문제는 문서만 보고 알기 어렵다. 직접 가는 장소라면 이런 작은 어긋남을 더 빨리 발견한다.

한강은 좁지만 쓰임은 충분히 다양했다. 차로 가는 사람, 지하철로 가는 사람, 아이와 가는 사람, 밤에 산책하는 사람, 행사 때문에 가는 사람, 돗자리를 펴고 쉬러 가는 사람이 모두 있다. 전국으로 넓히지 않아도 앱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숨겨야 하는지 배우기에는 충분히 복잡했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작다”는 말이 다르게 보였다. 장소는 작지만, 사용자가 겪는 상황은 충분히 깊었다. 오히려 내가 자주 가는 장소라 작은 어긋남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 않을 일을 정하자 앱이 선명해졌다

전국 나들이 앱 아이디어를 완전히 포기했다기보다는, 지금 하지 않기로 했다.

앱을 만들다 보면 “나중에 넓힐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말이 지금의 품질을 흐리면 안 된다. 한강자리의 첫 버전에서는 나중에 넓힐 여지보다, 사용자가 지금 화면을 믿고 움직일 수 있는지가 먼저였다.

그래서 첫 공개 범위는 한강공원으로 정했다. 주차, 혼잡도, 행사, 시설, 공지, 위젯, 알림을 한강이라는 좁은 범위 안에서 제대로 연결하는 쪽을 택했다.

그 덕분에 앱 소개도 선명해졌다.

한강자리의 목표는 모든 나들이 장소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다. 한강에 가기 전과 한강 안에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주는 것이다.

앱이 커 보인다고 좋은 소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 않기로 한 말을 지우고 나니, 남은 말이 더 믿을 수 있게 됐다.

첫 공개에서 덜어낸 기능

할 일을 줄일 때는 “언젠가 할 일”과 “지금 하지 않을 일”을 나눠 적어두는 편이 도움이 됐다.

당장 하지 않은 일이유
전국 모든 공원 실시간 주차실시간 잔여 대수를 안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다.
자동 공원-주차장 매칭가까운 주차장이 실제 방문자에게 좋은 주차장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지역별 품질 차이를 복잡하게 설명하는 화면첫 공개에서는 한강 안에서 믿고 볼 수 있는지가 먼저였다.
이름과 브랜드를 넓은 나들이 앱으로 변경실제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보다 말이 커졌다.

버린 아이디어를 적어두니 미련도 줄었다. 나중에 넓히더라도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더 분명해졌다.

확장하려면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국 확장을 닫아둔 것은 아니다. 다만 첫 공개에서 붙잡은 질문은 나중에도 유지되어야 한다.

실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
출처와 갱신 시각을 설명할 수 있는지.
사용자가 실제로 이동할 때 오해하지 않을지.
모르는 상태를 정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역부터 확장하는 편이 맞다. 이름을 크게 바꾸는 일보다, 한 지역에서라도 믿고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먼저였다. 그래서 한강에 집중한 결정은 축소라기보다 약속을 정하는 일이었다.

한강에 남기로 한 결정은 앱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결정이기도 했다. 많이 안다고 말하기보다, 확인한 만큼만 보여주는 쪽. 그 태도가 한강자리의 크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첫 공개의 좁은 범위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앱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의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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